
반려견의 체형은 질병의 위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품종들은 귀여운 외모와 달리, 척추와 관절 질환에 취약하다. 닥스훈트, 웰시코기, 바셋하운드 같은 견종은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환경 속에서 쉽게 건강 문제를 겪는다. 보호자가 질병의 원인과 예방 방법을 미리 알고 관리해야, 아이가 평생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허리가 긴 견종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대표 질병들과 그 예방법을 자세히 살펴본다.
추간판 탈출증, 허리가 긴 견종의 가장 큰 적이다
디스크, 즉 추간판 탈출증은 허리가 긴 견종에게 가장 흔하고 위험한 질병이다. 척추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가 노화나 충격으로 인해 눌리거나 터지면서, 척추신경을 압박하게 되는 질환이다. 문제는 이 질환이 한순간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파에서 점프하거나 계단을 오르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 순간부터 반려견은 뒷다리를 절거나, 움직이기를 거부하거나, 안아 올릴 때 아파하는 반응을 보인다. 디스크는 방치하면 마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닥스훈트나 웰시코기처럼 구조적으로 척추에 무리가 가는 품종은 위험도
가 높다.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생활환경을 잘 설계해야 한다. 미끄럼 방지 매트나, 소파 대신 경사로 슬로프를 설치해 점프를 줄여야 한다. 또 체중이 늘어나면 디스크 위험도 같이 높아지므로 사료 양 조절도 병행해야 한다. 목욕 후에는 털 말릴 때 점프하거나 미끄러지는 상황을 주의하고, 운동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안을때에도 세워서 안는 대신 몸 전체를 팔로 받치고 가로로 안아야 허리에 무리가 덜 간다. 만약 아이가 갑자기 걸음을 이상하게 걷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특정 부위를 만질 때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디스크는 조기 발견 시 비수술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허리가 긴 아이에게는 무리한 동작 자체를 습관으로 만들지 않도록 환경부터 바꾸는 게 우선이다.
슬개골 탈구와 척추 이상도 함께 온다
허리가 긴 반려견은 다리도 짧은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전체 체중이 뒷다리에 집중되기 쉽다. 이때 흔히 발생하는 질병이 바로 슬개골 탈구다. 슬개골은 무릎에 위치한 작은 뼈인데, 이 뼈가 정상 위치에서 벗어나면서 걷기 힘들거나 다리를 들고 있는 행동을 보이게 된다. 슬개골 탈구는 외상보다는 유전적 구조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끄러운 바닥에서 자주 뛰거나, 보호자의 무릎 위에서 점프하며 오르내리는 동작이 반복될 때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슬개골이 자주 탈구되면, 반려견은 통증으로 인해 움직이기를 꺼리고, 이로 인해 하체 근육이 약해져 척추에도 부담이 더해진다. 결과적으로 척추까지 영향을 받아 척추 측만, 척추관 협착증 같은 복합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 골반, 다리의 기능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부위가 망가지면 다른 부위에도 연쇄적인 손상이 생기게 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바닥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마룻바닥이나 타일 등은 마찰력이 부족해 미끄러질 위험이 크므로, 논슬립 매트나 카펫을 활용해 안정적인 보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슬개골을 보호하는 영양제를 어릴 때부터 급여하거나, 관절 운동을 도와주는 저강도 산책을 꾸준히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무리하게 높은 곳을 뛰어오르거나 계단을 빠르게 오르내리는 활동은 피해야 한다. 보호자가 아이의 움직임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걸음걸이 변화나 다리 들기 행동을 빠르게 알아채는 것이 조기 대응의 핵심이다.
비만은 모든 질병의 촉매제다
허리가 긴 견종에게 가장 위협적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체중이다. 체중이 조금만 늘어나도 척추와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배로 증가한다. 디스크든, 슬개골 탈구든, 체중이 증가하면 그만큼 발생 확률도, 증상의 심각성도 높아진다. 반려견의 비만은 단순히 겉으로 통통해 보이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내부 장기, 근육, 뼈 구조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위험 요소다. 비만은 대부분 보호자의 과잉 보살핌과 잘못된 습관에서 시작된다. 귀엽다는 이유로 간식을 수시로 주거나, 밥 양을 정확히 측정하지 않고 대충 퍼서 주는 경우, 반려견은 금세 체중이 늘어난다. 특히 실내 생활 중심의 아이들은 활동량이 적은데, 이 상태에서 칼로리 섭취가 많으면 지방이 쉽게 축적된다. 게다가 무거워진 몸으로 인해 움직임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더 살이 찌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비만 예방의 기본은 식단 조절이다. 사료는 체중과 활동량에 맞게 정량 급여하고, 하루 간식 총량도 전체 칼로리의 1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 간식을 줄 때는 훈련 보상이나 칭찬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격한 운동보다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산책, 잔디 위 걷기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무리한 활동은 피해야 한다. 정기적인 체중 측정과,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수의사의 건강 체크를 통해 적정 체중과 체지방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비만은 단지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반려견의 삶의 질과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허리가 긴 견종에게 비만은 디스크 발병률을 급격히 높이는 ‘위험 인자’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결론
허리가 긴 견종들은 구조적으로 척추와 관절에 부담이 큰 체형이다. 디스크, 슬개골 탈구, 비만은 대부분 일상에서 생기는 잘못된 습관과 환경에서 비롯된다. 반려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정 내 환경 개선, 식단 조절, 운동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부터라도 매트를 깔고, 사료 양을 계량하고, 점프하는 습관을 고쳐주는 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사소해 보이지만 생활 속 실천이 반려견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